계유정란 희생자 안평대군 소재 한문소설 『운영전』, 『유영전』, 『수성궁몽유록(壽聖宮夢遊錄)』, 『운영향화(雲英香花)』와 영영전(英英傳)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2024. 5. 13. 06:00마음공부_책_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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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정란 희생자 안평대군 소재 한문소설 『운영전』, 『유영전』, 『수성궁몽유록(壽聖宮夢遊錄)』, 『운영향화(雲英香花)』영영전(英英傳)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운영전> 의 비극은 봉건사회의 두터운 담장을 뛰어넘으려는 운영과 사랑하는 사람을 얻지 못하고 사별한 김 진사와, 친형인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란으로 인해 실각 당한 동생 안평대군의 비극과, 임진왜란후 폐허가 가져다 준 전쟁이라는 비극들이 종합적으로 형상화된 한문소설이다. 원본으로는 국립도서관 본이 있다.

<전체 줄거리>

수성궁은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사저인데 세월이 흘러 폐허가 되었다. 만력신축(1601년) 춘삼월 어느날 유영이라는 선비가 그곳을 찾아가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젊은 남녀 두 사람을 만나서 비극적을 끝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영이 그들의 성명을 물으니 청년은 김진사요 여인은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이라고 하였다. 안평대군은 학문을 좋아하여 낮에는 글씨를 쓰고 시를 읊조리고, 밤에는 독서에 열중하니 문인들이 모여 때로는 시주로 흥을 돋우기도 하였으며, 궁녀들에게 시를 가르쳐 주어 서로 화답하면서 즐겁게 지내곤 했다.

궁녀들은 나이가 들수록 구속적이며 무미 건조한 궁중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궁 밖의 참된 인간생활을 그리워히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운영이라는 궁녀는 궁중생활에 대한 번민이 남달리 컸다. 그러던 중 운영은 대군을 찾아와 시를 짓고 논하던 젊은 시인 김 진사의 시재에 빠져 그를 흠모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궁중에 드나드는 무녀의 손을 통해서 서신까지 교환하면서 안평대군 몰래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

이들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 중추절에 개울로 빨래하러 나가게 된 운영은 곧장 무녀의 집으로 달려가고 김 진사는 높은 궁궐의 담을 넘어 서로 운우지정을 나누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 함께 도망갈 계획을 세워 하인 특을 통해 가보와 집기들을 모두 궁궐 밖으로 옮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안평대군은 운영을 하옥시킨다. 옥에 갇힌 운영은 자책감과 함께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수 없음을 알고 스스로 목을 메어 자결한다. 김 진사 역시 운영이 죽은 뒤로 슬픔을 이기지 못해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에 이른다. 염라대왕이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여겨 하늘나라로 보내 주었다. 이들은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예전에 살던 곳을 둘러보다가 그곳에서 유영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유영에게 자신들의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달라고 당부하고, 세 사람이 취하도록 술을 마시다가 잠이 들었는데 산새 소리에 깨어 보니 김 진사와 운영의 일을 기록한 책자가 유영 앞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유영은 그것을 상자에 넣어두고 그 후로는 침식을 전폐한 채 명산 대천을 두루 돌아다녀 그 마친 바를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

 

<작품의 인물>

안평대군 : 세종의 셋째아들로 학문을 즐기고 시, 서, 예, 악에 두루 재능이 있으며, 풍류를 좋아하여 많은 시인 묵객과 교류를 나누었다. 수성궁에 열명의 궁녀(남궁-소옥,부용,비경,금련,보련 서궁-비취,옥녀,은섬,자란,운영)을 두고 시와 음률을 가르쳤다. 운영이란 궁녀를 가장 좋아하였다.

운영 : 안평대군 사저의 궁녀로 궁중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중 김 진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적극적인 성격이나 봉건적 시대를 만나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

김 진사 : 용모가 수려하고 인품이 후덕하며, 하인 특의 잘못을 모두 용서해 주는 자애로운 성격이나, 수성궁을 출입하면서 운영과 사랑을 나누지만 소극적인 인물이다.

하인 특 : 김 진사의 하인으로 김 진사에게 수성궁 담을 넘도록 계획하고, 운영을 궁 밖으로 탈출시킬 방법까지 마련해 주지만, 불공을 가서 마을 여인을 겁탈하고 재물을 탕진하고 운영을 취하려고 하는등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유영 : 얼굴빛이 파리하여 청파시인이라고 불리는 인물로, 작품속에서 운영과 김 진사의 이야기를 연결해 주는 매개적 인물이다.

<주요 시문>

蜿蜒藤草似龍行 구불구불 넝쿨은 용이 기어가는 것 같고

翠葉成陰忽有情 푸른 잎 그늘을 이루니 모든 게 유정하구나.

署日嚴威能徹照 더운 날에도 위엄은 훤히 비치고

晴天寒影反虛明 맑은 하늘엔 찬 그림자가 도리어 밝아라.

抽絲攀檻如留意 덩굴이 뻗어 난간을 감음은 뜻을 머물러 둠이오

結果垂珠欲效誠 열매를 맺어 구슬을 드리움은 정성을 본받고자 함이라.

若待他時應變化 만약 다른 날을 기다려 변화를 부린다면

會乘雨雲上三淸 응당 비구름 타고 삼청궁에 오르리라.

운영의 시 - 창외포도(窓外葡萄)

旅鴈向南去 기러기 남쪽을 향해 가니(기안향남거)

宮中秋色深 궁 안에 가을빛이 깊구나.(궁중추색심)

水寒荷折玉 물이 차가워 연꽃은 구슬 되어 꺾이고,(수한하절옥)

霜重菊垂金 서리가 무거우니 국화는 금빛으로 드리우네.(상중국수금)

綺席紅顔女 비단 자리엔 홍안의 미녀(기석홍안녀)

瑤絃白雪音 옥 같은 거문고 줄엔 백운 같은 음일세.(요현백운음)

流霞一斗酒 노을이 흐르니 한 말 술이로다.(유하일두주)

先醉意難禁 먼저 취하니 몸 가누기 어려워라.(서취급난금)

김진사의 시(운영이 반한 시)

布衣革帶士 베옷 입고 가죽띠 띤 선비가(포의초대사)

玉貌如神仙 옥 같은 얼굴이 신선 같도다.(옥모여신선)

每向簾間望 매양 발 사이로 여어보나,(매향렴문방)

何無月下緣 어찌하여 달 아래 인연이 없는고.(하무월하록)

洗顔淚作水 낯을 씻어도 눈물로 물을 지었고,(세안누작수)

彈琴恨無絃 거문고를 타면 줄이 울음을 한하도다.(탄금한명현)

無限胸中怨 한없는 흉중의 쌓인 원을,(무안흉중원)

擡頭獨訴天 머리를 들어 홀로 하늘께 사뢰리라.(대두독소천)

운영이 설도전(중국 당때 설도라는 시로 유명한 기생이 꽃물을 넣어 만든 종이)에 쓴시

김 진사를 문틈으로 보며 연모하면서 쓴 시

樓閣重重掩夕扉 누각은 깊고 깊어 저녁 문이 닫혔는데(누각중중엄석비)

樹陰雲影摠依微 나무 그늘과 구름 그림자는 모두 희미하구나.(수음운영총의미)

落花流水隨溝去 꽃은 떨어지고 물은 흘러 구렁에서 흘러 나오고(낙화유수수구출)

幼燕含泥趁檻歸 어린 제비는 흙을 물고 난간 위로 돌아가는구나.(유언함화진귀람)

倚枕未成蝴蝶夢 베개를 의지하여 호접몽을 이루지 못하니,(위침미성호접몽)

回眸空望魚鴈稀 창을 열고 남천을 바라보니 기러기가 드물구나.(희모공망안어희)

玉容在眼何無語 옥 같은 얼굴은 눈에 있는데 어찌하여 말이 없느뇨.(옥용재안하무어)

草綠鶯啼淚濕衣 풀은 푸르고 꾀꼬리는 울고 눈물은 옷깃을 적시도다.(초록난제누습의)

김진사의 운영 연모 답장 시

花落宮中燕雀飛 꽃 떨어진 궁중에 연작이 날았으니,(화락궁중영성비)

春光依舊主人非 봄빛은 예와 같되 주인은 아니구나.(춘광의구주인비)

中宵月色凉如許 밤 가운데 달빛은 차기가 이러한데,(중소월색량여허)

碧露輕沾翠羽衣 푸른 이슬은 가볍게 푸른 털옷에 젖더라.(벽로경첨취우의)

김진사가 유영과 헤어지면서 남긴시

故宮花柳帶新春 고궁의 화류는 새 봄빛을 띠었고,(고궁화류대신춘)

千載豪華入夢頻 천만 년 우리 사랑 꿈마다 찾아오는구나.(천재호화입몽빈)

今夕來遊尋古跡 오늘 저녁에 와서 놀아 옛 자취를 찾으니,(금석래유심구적)

不覺哀淚自沾巾 슬픈 눈물이 스스로 수건에 젖음을 금치 못하리로다.(불각애누자첨건)

운영이 유영과 헤어지면서 남긴시

오언, 칠언절구 모두 김시습의 시문이나 김삿갓의 시문만큼 운치가 있다.

유영은 임진란이 빚은 폐허 속에서 운영과 김 진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궁궐 속에서 시와 술과 예술과 사랑에 빠져 지내던 안평 대군에게 짐 진사의 등장은 그의 사랑을 빼앗아가는 비극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을 바탕으로 싹튼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은 아름다운 결실을 거둘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이었다. 궁녀인 운영이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궁궐이라는 환경과 궁궐에서 생활하기를 강요하는 안평 대군의 업압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가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처한 사회와 질서에 대한 저항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 것이다. 고대소설 가운데 비극적 결말을 맺은 소설은 <운영전> 외에는 없을 듯하다.​

영영전(英英傳)

「영영전(英英傳)」 은 작자·연대 미상의 한문 고전 소설이다. 명나라 효종 시절을 배경으로 진사 김생과 영영의 애정 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김생이란 소년 선비는 용모가 단정하고 우수운 이야기를 잘 하였으며, 약관의 나이에 진사 제일과에 올라 한양에서 그 명성이 널리 알려졌다. 어느 날 취중에 한 미인을 만나 사모하게 되었다. 남자 종인 막동이가 미인이 사는 집 노파와 친하게 되어, 그 미인이 회산군의 시녀 영영임을 알게 된다.

김생의 그리움이 더해지자 노파가 주선하여 영영과 만나게 되나 동침만은 거절 당한다. 그 뒤 김생은 회산군 집에 몰래 들어가 영영과 하룻밤을 동침하고 헤어진다.

이후 이들은 서로 만날 길이 없는 가운데 3년이 지났다. 그리움으로 자결까지 하려던 김생은 과거를 보고 장원 급제를 한다. 삼일유가를 하다가 회산군 집에 들어간 김생은 영영과 편지만 주고받는데, 이때 회산군은 죽은 지 3년이 되었다.

김생이 영영에 대한 그리움으로 앓아 눕자, 회산군 부인의 조카인 친구가 김생의 사연을 말하여 영영을 보내 주게 하였다. 김생은 벼슬도 사양하고 영영과 여생을 보낸다.

 

영영전은 궁녀들의 폐쇄된 생활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사실적인 표현과 생동적인 비유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시를 삽입하여 절절한 애정을 표현해낸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 작품은 「운영전(雲英傳)」과 유사하여 동일 작자설까지 논의된 바 있으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운영전」의 비극적 결말과 달리, 이 작품은 남녀의 지상 결합으로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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